4월 9일 신시내티와의 3연전을 마치고 클럽하우스에서 진행된 이영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살면서 뉴욕은 처음 가본다' 라며 배시시 웃던 이정후. 첫 뉴욕 원정에 대한 설렘과 함께 시차 적응에 대한 걱정도 살짝 내비쳤다. 인터뷰 중, MK스포츠의 김재호 기자가 양키스타디움이 우중간이 짧아서 좌타자한테 유리하다면서, 이정후 선수가 좋아할 거란 이야기를 했다. 이정후는 웃으며, '프리배팅 때 느껴보겠습니다.'라고 유쾌하게 답했다.
4월 11일(금요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뉴욕 양키스의 시리즈 첫 경기. 뉴욕 특유의 차가운 날씨와 비바람이 몰아친 악천후 속에서 진행됐다. 경기 초반부터 이정후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첫 타석에서 우중간 펜스를 넘기는 쓰리런 홈런을 터뜨리며 경기 흐름을 완전히 가져왔다. 자이언츠는 1회에 이정후의 홈런 이후에도 볼넷과 2루타로 2점을 더하며 5:0으로 앞서 나갔다. 양키스는 2회에 볼넷과 2루타로 1점을 따라붙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자이언츠는 5회에 3점, 6회에도 1점을 보탰다. 문제는 양키스가 점수를 내주는 과정이다. 내가 양키스 팬이라면, 벌떡 일어나 나오고 싶었을 거다. 차라리 제대로 붙어서 안타, 홈런을 시원스레 맞던지... 볼넷의 연속으로 누상에 주자를 깔아놓고는 폭투와 밀어내기 볼넷으로 점수를 헌납했다. 이날 자이언츠가 얻어 낸 볼넷이 11개. 이정후도 2개의 볼넷을 얻어냈다. 양키스는 경기 시작하자마자 맞은 이정후의 쓰리런으로 전의를 상실한 듯 보였다. 비바람 속에서도 진행되던 경기는 6회 초 2 아웃 이후 지연되다가 그대로 끝났다. 자이언츠의 9:1 강우 콜드승,
4월 12일(토요일), 2차전 팀은 4:8로 패했지만, 이정후는 흔들림이 없었다. 볼넷을 얻어 내고, 2루타를 치고, 득정도 헸으며,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7회에 친 2루타는 올 시즌 8번째 2루타이며, 이정후는 메이저리그를 통틀어 2루타를 가장 많이 친 선수이다.
4월 13일(일요일), 3차전 시리즈 마지막 경기, 자이언츠는 초반 0:3으로 끌려갔다. 그러나 이정후의 방망이는 그냥 보고만 있지 않았다. 0:3으로 뒤지고 있던 4회 우월 솔로 홈런을 치며 팀의 분위기를 끌어 올렸고, 1:3이던 6회에는 역적 쓰리런으로 기어이 게임을 뒤집었다. 이정후의 활약에 힘입어 자이언츠는 5-4 역전승을 거두며 위닝 시리즈를 완성했다.
지난주 신시내티전에서 아쉽게 싸이클링 히트를 놓친 이정후는 뉴욕 원정에서 그 아쉬움을 보란 듯이 날려버렸다. 단순히 타격감이 좋은 선수가 아닌, 팀의 흐름을 바꾸는 클러치 플레이어로서의 진가를 입증했다. 그의 타격은 정확하고, 멘탈은 강하며, 팬들과 팀 동료들에게 신뢰감을 준다. 이번 시리즈에서 양키스타디움이라는 상징적인 구장을 배경으로, 그 누구보다 빛났던 이정후, 앞으로 그가 보여줄 플레이에 가슴이 설렌다...